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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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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채식을 선택한 이들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라며 : 송시현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종교적인 이유로, 알레르기와 같은 건강상의 문제로, 환경과 동물권 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한다. 나도 채식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영화 “옥자”를 보고 고기를 먹는 것이 꺼려져서 시작하게 된 나의 채식은 그 후 동물권 활동을 함께 하면서 공장식 축산과 동물 착취 문제, 환경 오염 문제 등에 공감하게 되어 계속되었다. 채식을 하며 위염, 소화불량이 개선되고 피부도 좋아져서 건강을 위해서도 지속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내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채식의 방식은 페스코 채식(해산물, 달걀, 우유까지 허용하는 채식)으로 그렇게 엄격한 정도의 채식이 아님에도 식사 장소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매번 식사시간마다 어디에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나의 존재가 불편을 끼치고 있구나 싶어 눈치가 보여 회식이나 모임에 빠진 적도 종종 있다. 이럴 때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나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선택지가 있지만, 학교, 병원, 군대 등 공공급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아예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 말 그대로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건 채식(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엄격한 정도의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메뉴에 따라 어떤 날은 굶을 수밖에 없다. 학교나 군대와 같은 곳에서는 채식주의자가 골고루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억지로 육식을 강권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채식주의자들에게 채식선택권은 생존권의 다른 말이 된다.

아일랜드 골웨이 국립대학에 단기연수를 간 적이 있다.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했는데 다양한 채식 메뉴가 항상 함께 제공되었다. 점심에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참가자가 참여하는 바비큐 파티에도 채식 옵션이 빠지지 않았다. 나는 베지 버거를 만들어 먹으며 바비큐 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외식 역시 어렵지 않았다. 골웨이에 있는 식당에는 대부분 채식 메뉴가 함께 있었다. 덕분에 비채식인들과 함께 식사 장소를 정하는 것에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골웨이에서 나는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지난 4월 공공급식에서의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청구인들은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제5조 2항의 식단 작성 시 고려사항에 채식인들의 채식선택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서 정한 건강권, 양심의 자유,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 것이고, 대학·군대·병원 등 공공급식에서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도록 입법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입법부작위에 의한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부디 헌법재판소에서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결정을 하여 그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아일랜드에서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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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4, 2020 at 09:2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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