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채식으로 가꾸는 건강한 삶
[한국연예스포츠신문] 서지희 기자 = 젊은 세대 사이에서 채식이 인기다. 한국채식연합이 2018년 추정한 국내 채식주의자 비율은 약 2%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채식 증가추세를 고려하면 약 150만명이 채식 라이프를 꾸려가고 있는 셈이다. 채식을 선호하는 채식친화인구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약 25%에 달한다.
채식은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도 인기다. 특히 대만과 인도에서 채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전체 인구가 2,300만명 수준으로 한국의 절반도 채 되지 않지만 채식 인구는 한국의 2배다. 대만 채식 시장 규모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 그 규모는 약 2조 3천억 정도로 추정된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작년을 비건(Vegan, 철저한 채식주의자)의 해로 내다봤다. 채식은 이렇듯 전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외 식탁을 사로잡은 채식의 매력은 무엇이고 왜 점점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질까.
지난 1일은 한가위 명절, 추석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명절의 분위기와 모습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명절 음식’을 함께 먹는 것. 그런데 여기 조금 색다른 명절 음식이 있다. 고기 산적 대신 두부 산적이, 소고기 탕국 대신 버섯 탕국이 차례상에 올라온 것이다.
올해 10월 1일은 추석이면서 동시에 세계 채식인의 날이기도 했다. 이는 생명 존중과 환경 보호, 기아 해결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국제채식연맹이 제정한 날이다. 채식환경단체 ‘한국고기없는월요일’은 이날을 맞아 기후변화청년모임 ‘올바른식습관연구소’와 함께 “메리(Merry) 베지(Vege) 추석” SNS 해시태그 이벤트를 진행했다. 추석 음식을 준비할 때 소고기 대신 버섯과 두부를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같이 숙고해보자는 취지였다. 지난 2018년 ‘한국고기없는월요일’이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발표한 ‘채식과 육식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두부 스테이크 덮밥의 재료 중 쇠고기 등심 한가지만 두부로 바꿔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11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채식 선호 비율 늘어나는 이유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우선, 육식이 지구환경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다빈치 교양 대학에서 환경 수업을 진행하는 김양지 교수는 “지금의 비건 트렌드는 육식이 증가하면서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육식을 줄이자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교수는 “소가 소화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유발하는 온실효과의 20배 이상 되는 온실기체인 메탄을 배출한다” 라며, “또한 소를 사육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훼손하며 15,000 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졌다” 라고 설명했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에서 활동하는 비건 김한민 작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류의 육식 생활이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벌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일련의 ‘감염병X’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았다. “벌목의 가장 큰 이유는 식탁에 오를 소를 키우거나 가축 사료용 대두를 재배할 땅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간을 위한 생태계 파괴가 인수공통 감염병의 유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사람에게서 발병하는 신종 감염병의 75% 정도가 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두번째로는, 본인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양지 교수는 “육식 섭취를 통한 동물성 단백질은 고지혈증을 비롯한 성인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육식을 줄이거나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행동으로 본인의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환경을 위하는 착한 소비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의미 있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 라고 전했다.
이런 트렌드를 포착해 이마트는 현재 전국 23개점에 ‘채식주의존’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소비자는 식물성원료만 사용해 만든 냉동식품을 비롯한 각종 채식 식품들을 ‘채식주의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 측은 이 같은 채식 선호 흐름이 더욱 분명해진다면 이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에 따르면, 2018년 약 22조원 규모였던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30년 116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The 채식, 더 알아보기
그렇다면 채식주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흔히 알려진 비건(Vegan)은 채식을 지향할 뿐 아니라 동물에게서 나온 부산물도 거부한다. 계란을 먹지 않는다. 가죽옷, 가죽신발, 가죽가방도 멀리한다. 화장품을 구입할 때는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브랜드를 고른다.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은 채식을 하면서 우유, 달걀, 생선과 닭고기를 먹는 준 채식주의자다. 육류만 금한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vegetarian)은 채식을 하면서 달걀이나 우유, 꿀은 먹지만 어패류와 가금류, 육류는 먹지 않는다.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극단적 채식주의자로, 채식 중에서도 과일과 견과류만 허용한다.
그 다음,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를 알아보자. 버섯 관련 메뉴들이 눈에 띈다. 오징어와 골뱅이 대신 느타리버섯을 활용해 만든 ‘비건 느타리소면’과 고기와 해산물 대신 버섯을 넣어 만든 ‘버섯 팔보채’가 눈길을 끈다. 버섯에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장의 연동운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를 예방해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고지혈증,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혈당조절 효과가 있어서 당뇨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채식 위주 식단에서 버섯이 발휘하는 힘은 비타민에서 나온다. 채식을 할 경우 결핍되기 쉬운 비타민 B 복합체를 버섯이 보충해준다. 칼슘 흡수를 촉진하는 비타민 D도 동시에 공급한다. 버섯이 채식주의자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로아(30)씨는 작년 8월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완전 채식을 지향하며, 가끔 조개와 멸치, 새우와 같은 수산물을 섭취한다고 한다. 계란은 먹지 않는다. 채식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신씨는 미래 환경과 식량자원에 도움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현재 많은 수의 축산 시설들이 가축을 식료품 취급한다. 수익성을 위해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가축을 기른다. 하지만 채식을 하면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수공통 전염병 발생 위험도가 낮아질 것이다. 생명 존중 의식도 함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수단이지 않을까?” 이에 덧붙여 그는 채식이 “가축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식량을 절약하게 해줘서 미래 인류의 식량을 비축하는 역할도 해낸다” 라고 말했다.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아침에 몸이 더욱 가뿐해졌고, 더 개운하게 일어난다” 라고 전했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과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들어 뿌듯한 감정을 느끼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라고 첨언했다.
늘어나는 채식 선택권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채식주의 공개선언을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자칫 유난 떠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서 쉽게 밝히지 못했다는 채식주의자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경향은 다르다. 사회적으로도 채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채밍아웃’을 한 연예인도 많다. 가수 이효리, 배우 임수정, 트와이스 쯔위,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 등이 대표적이다.
국방부와 교육계 안에서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군대 내에서 채식 식단을 허용하라는 내용의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 국방부는 채식주의 소수 장병을 위한 급식지원 규정을 신설하고 2020 급식방침에 반영했다. 올해 4월에는 일부 청소년들이 육류가 대부분인 학교 급식은 자기결정권,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며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이를 받아들여 올해 6월에 서울시교육청은 생태 전환 교육 차원으로 채식 선택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울산시 교육청은 10월부터 초·중·고교 학생의 ‘채식 선택 급식’을 보장하고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시작한다. 시교육청은 학생 개별 상담을 통해 채식을 원하는 학생에게 고기 대신 대체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채식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단백질 섭취량이 줄어들어 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이든 한 쪽으로 치우치면 위험하다. 채식을 지향하든 아니든 항상 적절한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왕 채식을 결심했다면 콩, 멸치, 새우, 채소 및 과일, 고구마, 들기름, 견과류 등으로 식단을 꾸려봄은 어떨까. 균형잡힌 채식 식단으로 필수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한다면 몸과 마음 모두 가뿐해질 것이다.
October 09, 2020 at 01:0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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