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반려툰 ‘노견일기’ 정우열 작가
2013년 제주로 이주한 올드독 정우열 작가는 늙은 개 풋코와의 소소하고 따뜻한 일상을 만화로 그리고 있다. 정우열 작가 제공
만화보다 구구절절한 사연들 정우열 작가는 2018년부터 늙어가는 개 풋코와의 일상을 그린 에세이툰 ‘노견일기’를 네이버 동물공감판 동그람이에 연재하고 있다. 그 사이 15살이던 풋코가 17살이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하던 에피소드가 120회차를 넘어 지난 5월 세 번째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지난달부터 휴재기를 갖고 있는 정우열 작가를 7월13일 제주 서귀포시 자택에서 만났다. -휴재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한가하게 바다나 다니려고 했는데, 또 일하고 있네요. 국가인권위에서 혐오표현 방지에 관한 논문을 낸 것이 있는데 논문은 아무래도 많은 분이 시간내 읽기 힘드시잖아요. 논문을 만화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너무 바쁘다 보니, 일정을 못 맞춰서 폐를 끼치고 있네요.” -마감이란 게 원래 그런 게 아닌가요,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하는 것? “불이 지금 너무 활활 타서 발이 없어졌습니다(웃음)” -노견일기 마감만 2년 넘게 하셨잖아요. 1권은 5쇄가 나올 정도로 팬도 많으신 거로 알아요. “요즘은 산책하다가 가끔 ‘어, 너 풋코 아니니’ 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을 만나기도 해요. 대부분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죠. 아무래도 한국 반려문화가 이제 20여년 정도 되다 보니 나이 든 개를 키우고 계시다거나, 아픈 개를 키우는 분들 또는 개를 먼저 보내신 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많이 공감해주시죠.”
노견일기 에피소드 120화 중 한 장면. 정우열 작가 제공
개가 늙어서 좋은 점도 있죠 정 작가의 ‘노견일기’에는 먼저 떠나 보낸 반려견 소리가 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여러 번 등장한다. 에피소드 ‘벌써 10년’은 꿈속에서 사과를 깎던 정 작가가 실수로 소리를 베는 장면이 나온다. 정 작가의 꿈 얘기를 들은, 지인은 얼마 전 새벽에 반려묘 걱정에 잠을 깬 경험을 나눈다. 그의 반려묘는 이미 10년 전 세상을 떠났다는 말과 함께. 노견일기 3권의 프롤로그도 꿈 이야기로 시작한다. 풋코와 소리가 바다 위 보트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개꿈’을 자주 꾸시나 봐요? “개는 늘 꿈에 나와요. 주요 등장견물로 나온다기보다 늘 주변에 함께 있다고 할까요. 주로 악몽을 꾸거든요.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자동차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든다거나 그럴 때도 곁에 개가 있는 식이죠.” -반려동물과의 이별, 어쩌면 예정된 일이잖아요. 펫로스를 앞둔 노견 가족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쉽게 말씀드리기 어려운 문제죠. 아마 흔히 하는 말은 이런 걸 거예요. 어릴 때 많이 놀아주세요. 그건 아무 소용 없는 말이에요. 제 경험은 오직 저의 경험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다른 분께 ‘한 마디’ 하고 싶은 말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우리가 비슷한 슬픔을 겪는다고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뭘까요. 서로 위로하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게 아닐까요. 저는 그걸 만화로 하고 싶은 거고요.”
정 작가는 제주, 채식, 동물권 이슈가 모두 개가 물어다 준 주제라고 말했다. 정우열 작가 제공
가랑비에 옷 젖듯 시작한 채식, 환경활동 프리다이빙 강사이기도 한 정 작가는 최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함께 제주 앞바다에서 해양 쓰레기 수중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이들이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벌인 수중조사에서는 1시간 만에 해양쓰레기 200점 이상이 수거됐다. 매월 정기적으로 펼쳐지는 핫핑크돌핀스의 수중조사 활동에 정 작가는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수중조사 활동이란 게 뭔가요? “바닷속에 어떤 쓰레기들이 얼마나 버려지는지 수거해서 통계를 내는 활동이에요. 바닷속에 쓰레기가 엄청나거든요.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어요. 그래서 ‘해양정화’라고 하지 않고 ‘수중조사’라고 표현해요. 쓰레기를 가지고 나와서는 다 분류 하고, 목록을 작성해요. 그 기록을 담당부처나 기업에 보내는 거죠. 이보시오, 당신들의 산업 쓰레기가 이만큼이나 버려집니다. 해당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산업에 적절한 규제와 제도를 마련하라고 부처를 압박하는 거죠.”
정 작가의 자택에서 진행된 1시간여 인터뷰는 풋코의 철저한 참관 아래 이뤄졌다.
문제 외면 않고 연대했으면… -마지막 질문은 거창한 거로 할게요. 개를 키우기 좋은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요? “저는 늘 바다를 보고 살고 환경에 관심이 많지만, 세상에 너무 많은 문제가 있잖아요. 기아, 노동, 성평등 문제 등. 동물권 기사 가장 많이 달리는 악플 ‘사람도 먹기 힘든데 무슨 동물이냐’가 대표적이겠죠. 문제의 우선순위가 다른 거예요. 그렇다고 당장 학대받는 동물을 모른 척해도 좋을까요. 전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어떤 문제든 노력은 늘 부족해요. 그래도 노력을 보태야죠. 개 키우기 좋은 사회란 것도 결국 반려라는 삶의 한 양태를 서로 이해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동물자유연대 제공
July 30, 2020 at 11: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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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물권, 채식 모두 개가 물어다 준 거죠”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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