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Monday, November 9, 2020

흔한 샐러드만 채식? 짜장면·햄버거·라면은 왜 빼? - 세계일보

tosokpopo.blogspot.com
문화로 자리잡은 채식주의
동물권 보호 등 맞물려 ‘비거니즘’ 확산
국내 채식주의자 2018년 기준 150만명
관련 업계 2025년 채식시장 30조 전망
한식·중식·일식에 패스트푸드까지 가세
콩 대체육 이용 햄버거·샌드위치 눈길
지난 5일 서울 망원동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채식주의자인 원은별(왼쪽)씨 소개로 이날 처음 ‘비건 중식’을 접한 이고은씨가 채소로만 맛을 낸 짜장면과 짬뽕, 버섯탕수육 등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망원역 근처 중국음식점 ‘가원’. 메뉴판을 가운데 두고 20대 여성 두 명이 머리를 맞댔다. 메뉴며 인테리어며 여느 중국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곳엔 비밀 하나가 숨겨져 있다. 메뉴에는 따로 없지만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비건(채식) 중식’ 주문이 가능한 것. 손님이 원할 시 짜장면을 비롯해 짬뽕, 볶음밥, 탕수육, 깐풍기 등을 채소만 써서 만들어 준다.

“어? 그냥 먹었으면 전혀 몰랐을 거 같은데요?”

이날 채식주의자 지인에게 이끌려 이곳에 온 직장인 이고은(29·여)씨는 비건 짜장면을 한입 먹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맛이 기존 짜장면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께 시킨 짬뽕과 버섯탕수육 역시 담백함 속에서도 중식 특유의 풍미는 그대로였다. 곁에 있던 가게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입소문이 나더니 이제는 손님 10명 중 4∼5명은 채식 메뉴를 주문한다”며 “항상 육수(肉水)와 채수(菜水)를 나란히 준비해 놓는다”고 귀띔했다.

이씨에게 이곳을 소개한 대학생 원은별(23·여)씨는 “흔히 샐러드만 채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엔 한식·중식·일식은 물론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편의점 간편식, 라면 등도 채식으로 즐길 수 있다”며 “비건 옵션을 추가한 카페나 음식점도 부쩍 많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비건 메뉴를 옵션으로 둔 음식점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채식주의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소수의 유별난 식문화쯤 여겨지던 ‘비거니즘(veganism)’은 동물권과 환경 보호에 귀 기울이는 20·30세대 관심에 힘입어 유통가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늘어나는 ‘채식할 권리’

이제 주변에서 채식주의자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9일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나 증가했다. 물론 추정치이긴 하나 ‘서울 소재 비건 식당·카페 90여곳 매출이 2014년 8억원에서 2019년 21억원으로 163% 증가했다’는 신한카드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채식 인구가 늘어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5년 세계 채식시장 규모가 30조원은 거뜬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은 서로 꼬리를 물어 커지기 마련이고, 비건 옵션은 채식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한 식탁에서 나란히 음식을 즐길 수 있단 점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으면 됐지 손해볼 게 없다는 얘기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대만식 훠궈 전문점 ‘타이완 웨이’ 역시 메뉴판에 없는 채식 메뉴를 주문 받는다. 지난해 방문한 어느 손님이 “혹시 채식이 되느냐”고 물어본 것이 계기였다. 가게 관계자는 “취향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비건 옵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채식이 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져 메뉴판을 따로 하나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채식할 권리’가 대두되면서 채식주의자들이 적극 나선 점도 채식문화 확산에 한몫했다. 특히 대학가 주변에선 이화여대 ‘솔찬’, 고려대 ‘뿌리:침’ 등 채식동아리들이 비건 옵션을 식당가에 부탁하면서 메뉴가 한결 풍성해질 수 있었다. ‘솔찬’의 한 회원은 “채식주의자 입장에선 메뉴 선택지가 늘어나 좋고, 식당 입장에선 없던 수요가 새로 생겼으니 서로 ‘윈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식품 내놓는 유통가

이런 분위기는 올해 유통가에서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풀무원은 지난 1일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젓갈 등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김치’를 선보였다. 얼마 전 내놓은 두부면으로 만든 ‘비건 라면’의 후속작 격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지구 환경을 위해 고기 소비를 줄이면서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과 젓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 외국인, 어린이 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콩을 이용한 대체육도 인기다. 롯데리아와 서브웨이는 올해 각각 대체육을 이용한 비건 햄버거와 비건 샌드위치를 내놓아 눈길을 모았다. 동원F&B(비욘드 미트)와 롯데푸드(제로 미트), 롯데마트(고기 대신), SPC삼립(저스트) 등 업체들도 미국 푸드테크 기업과 손잡거나 자체적으로 대체육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푸드테크 도입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처럼 채식주의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주류 라이프 스타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와 ‘착한 소비’,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식품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진 듯하다”며 “다양해진 소비자 요구에 맞춰 관련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비건 산업 견학을 목적으로 미국을 찾은 대학생 홍지원(23·여)씨는 “미국에선 어디를 가나 비건 옵션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만큼 채식이 모두에게 일상적인 것이었는데, 우리 사회도 점점 더 그런 분위기로 바뀌는 듯하다. 개인의 신념과 건강에 관한 문제인 만큼 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어서 형성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t's block ads! (Why?)




November 10, 2020 at 08:00AM
https://ift.tt/2IlD1PM

흔한 샐러드만 채식? 짜장면·햄버거·라면은 왜 빼? - 세계일보

https://ift.tt/2UzKGx0

No comments:

Post a Comment